아이익잼


욕지도, 연화도를 다녀와서. (3) 여행이란..


 

 

그러니까.. 고등학교때의 일이다.

 

산을 오르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휴일 오전,

왠지 마음이 답답해서 책한권 등뒤에 꽂고 산으로 간 적이 있다.

 

얼마 오르지 않았을때 뜻밖에 같은반 친구녀석을 한명 만났다.

늘 조용하고 존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던 그런...

서로 가벼운 인사만 하고 그냥 아무말 없이 그냥 나란히 산만 올라갔다.

몇분쯤 지났을때 그녀석이 독백처럼 혼자 지껄이기 시작했다.

 

나는 말이야. 산을 오를때는 아무 생각이 없어져.

그냥 한발짝 한발짝 앞으로 내 디딜 뿐이고 그러면 어느새 정상에 도착해 있어.

인생도 그런게 아닐까.. 싶어.

 

...

 

그렇지. 어떤것에 충실한 순간이 모여서 의미있는 하루가 되고

그 하루들이 모이면 후회없는 삶이 되는거겠지.

 

 

 

침묵중에 그냥 툭 뱉아낸 그 평범한 한마디가 이상하게 마음 속에 깊게 각인이 되어

아직도 힘든 순간에는 그말을 떠올린다.

이순간 잠깐만 참으면 되는거야. 그럼 괜찮아 질거야.

요 잠깐의 시간을 못참을까봐?

 

 

힘든 언덕길을 자전거를 타고, 또 내려서 끌고 오르며 어김없이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원한 내리막길의 활강.

이순간 나에게 부딛히는 이 바람과 바다냄새도 잊지 않겠다.

 

 

 

 

처음 욕지도로 향하기로 마음 먹었을때

섬의 동쪽이나 서쪽 끝의 옛날식 민가에서 민박을 하려고 생각했으나

자전거 일주에 시간을 너무 소비해 버렸고 처음의 출발지인 선착장으로 도착할때 쯤에는

이미 석양이 지고 있었다.

다시 섬의 동쪽이나 서쪽으로 갈 시간적 여유도 없을것 같아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곳의 여관을 갔다.

좁은 골목길 뒤쪽에 있는 꽤 오래된 듯한 여관이었다.

 

들어가도 인기척이 없었고, 잠깐 여관 현관에 앉아 있을때 주인 아주머니가 나왔다.

 

저.. 방있어요?

 

아하하핫

말해놓고도 참... 웃긴게 여름철도 아니고 특별한 날도 아닌데 빈방이 없을리가 없잖아. ㅋㅋ

빈방이 있냐 없냐가 아니라 나 이외는 아무도 없는 듯 한데.

 

초록색으로 벽이 칠해진 욕실. 바닥에 놓여있던 세숫대야에 물들 받아서 발을 담그고 있으니 참 편해졌다.

섬에서의 고독을 느끼기도 전에 피곤함과 그동안의 불면의 시간들 때문에

나도 모르게 잠들어 버렸고...  눈을 떠 보니 새벽 4시쯤이었다.

 

캄캄한 새벽의 선착장 근처 산책

 

 

배가 떠 있는 까만 바닷물을 보고 있으니

낮에는 보이지 않던 해파리와 작은 물고기들이 잔뜩 보인다.

동네 개들은 종종 짖어대고...

 

 

아침이 되어 육지로 부터 첫 배가 들어오고 욕지도에 한대뿐인 버스가 운행을 시작한다.

버스에 올라탔다.

어제 자전거로 돌았던 길을 버스에 앉아서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해안 도로를 달리다가 마을을 지날때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모두 서로 아는듯 했고

똑같은 종류의 물고기라도 물살이 쎈 섬 동쪽의 물고기가 더 맛있다는 것과

육지에 사는 자식에게 보내주려고 한다면서 잔뜩 캐서 모아둔 쑥을 들고 타는 아줌마들의 대화도 듣고...

 

 

통영으로 돌아가기 전, 배로 10분 정도 거리인 연화도를 들렀다가 가기로 했다.

연화도는 작은 섬이었고 섬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낚시꾼 아니면 등산객이었다.

선착장 근처에서 만난 닥스훈트와 놀다가 섬을 찾는 등산객들이 들르는 코스를 따라

절을 구경한 뒤 바다가 멋지게 보이는 언덕을 골라 앉았다.

 

흐린 하늘과 바다가 소나무 사이로 보이던 언덕에서 만난 친구.

 

웃고 있는듯한 얼굴이 귀여워서 다가가려고 했으나 엄청 경계심을 보이며 이리저리 피했다.

 

그래 역시 나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지.

 

 

ㅎㅎ 하지만 이녀석들에겐 통하지 않는군. ㅋㅋ

차라리 포장되어있던 상자 종이로 시도를 해 볼걸 그랬나.

 

통영으로 가는 배가 다시 왔지만 탈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보내버리고

그다음편 육지로 가는 마지막 배를 타고 통영으로 향한다.

 

배를 따라 오던 갈매기

 

 

 

섬에서는 거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지만 배에는 단체여행을 온 듯한 사람들이

잔뜩 타고 있었고.. 소주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추고..

 

 

나도 좀 더 나이가 들면 저렇게 놀 수가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음주가무는 평생 서툴것만 같다.

저렇게 노래 하고 춤추고 하는 것도 마음을 열은 상태라야만 가능할 것 같으니.

 


아일랜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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